고지의무 위반과 계약 해지, 어디까지가 위반인가

고지의무 위반과 계약 해지
보험금 청구를 했더니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으니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다닌 사실이 있다고 해서 전부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려면 알리지 않은 사실이 '중요한 사항'이어야 하고, 거기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며, 그 두 가지를 증명할 책임은 계약을 해지하려는 보험회사에 있습니다.
이 내용을 알고 부지급통보서를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고지의무는 다 털어놓는 의무가 아닙니다

고지의무의 범위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 당시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때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내,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볼 수 있는 사항을 말합니다.
그리고 상법 제651조의2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한다고 하고, 판례는 그 서면에 보험청약서도 포함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정리하면 고지의무는 내가 알아서 병력을 다 말하는 의무가 아니라, 청약서가 물어본 것에 사실대로 답하는 의무에 가깝습니다.
묻지 않은 사항까지 찾아내 말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청약서 문구가 애매하면 그 불이익은 보험사가 집니다
문제는 그 질문 문항이 모호할 때입니다.
판례는 청약서 질문의 해석을 평균적인 보험계약자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야 하고, 불명확한 청약서 기재의 불이익은 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59688, 59695 판결).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제2026-9호(2026. 7. 24. 조정)가 그 예입니다.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 가입자가 신약 임상시험 절차 때문에 하루 병원에 머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위원회는 청약서가 '입원'의 뜻을 정의해 두지 않은 점, 임상시험은 치료행위와 구분되는 점을 들어 이 입원은 고지 대상인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보험금 228만 원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같은 날 의결된 제2026-8호도 마찬가지입니다.
골수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 혈소판 수치 추이만 보려고 권유받은 일반혈액검사를 알리지 않은 사건인데, 위원회는 청약서가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소견'을 나란히 묻고 있는 이상 '추가검사'는 입원이나 수술에 준하는 의미 있는 검사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단순 경과관찰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대한 과실은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고의와 중대한 과실
'중대한 과실'이란 알려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그 중요성을 잘못 판단하거나, 그것이 알려야 할 중요한 사실임을 알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그 판단은
계약 내용, 사실의 중요도, 계약 체결 경위 등을 따져 개별적·구체적으로 하게 되어 있고, 증명책임은 보험자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54631 판결).
건강검진에서 우측 갑상선 결절과 낭종 소견을 받고 6개월 후 추적검사 권유를 들었지만 그 뒤 검사도 치료도 받지 않은 채 보험에 가입한 사안에서
법원은 확정적으로 진단받은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의나 중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103349, 103356 판결).
반대로 청약 당일 고혈압 진단을 받고도 최근 5년 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기재한 사안에서는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됐습니다(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다78135, 78142 판결).
알고 있었느냐, 그리고 그것이 청약서가 묻는 것임을 알 수 있었느냐가 갈림길입니다.
해지 자체가 막히는 경우
표준약관은 위반이 있어도 회사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는 경우를 따로 두었습니다.
회사가 계약 당시 그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때, 회사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 지났거나 보장개시일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진단계약의 질병은 1년)이 지난 때,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이 지난 때가 그렇습니다.
이를 제척기간이라고 합니다.
건강진단서 사본 등 기초자료를 보고 승낙해 놓고 거기 적힌 사항으로 지급사유가 생긴 때, 그리고 보험설계사 등이 고지할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사실대로 알리는 것을 방해했거나 부실한 고지를 권유한 때도 해지할 수 없습니다.
통보서를 받으면 날짜부터 세어 보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해지되더라도 보험금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해지와 보험금
많이들 놓치시는 부분입니다.
상법 제655조 본문은 해지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단서에서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그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계약자 측에 있고,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인정할 여지가 있으면 이 단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다272941 판결).
이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 직전 입원치료와 진료의뢰서 발급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넉 달 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진료의뢰서에 적힌 백혈구·혈소판 수치 증가가 그 병을 의심할 주된 지표라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고지의무 위반 통보를 받으셨다면 청약서 질문 문항 원본, 그 시점의 진료기록, 그리고 회사가 위반 사실을 안 날을 먼저 확보하시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보험금 관련해서 판단이 어려우시면 언제든 문의 주세요.
최호균 손해사정사 (신체손해사정사)
상담 010-9627-0486

최호균 신체손해사정사 상담 안내
* 참고
–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651조·제651조의2·제655조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2024다272941(2025. 1. 9. 선고)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103349, 103356
–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서 제2026-9호·제2026-8호(2026. 7. 24.)
– 금융감독원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15 표준약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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